안녕하세요. 2001년 2월 10일 출간되었던 구본형(1954-2013) 작가의 대표작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의 25주년 기념판이 새롭게 나왔습니다(김영사, 2025). 여기에 8쪽(232-239)에 걸친 비교적 긴 추천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오늘 뉴스레터는 추천사 전문을 여러분과 공유하면서 '고용'에 대한 개념이 바뀐, 아니 바뀌어야 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함께 생각해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김호 드림.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를 지금 여기에서 ‘읽고’ ‘사는’ 법
김호 – 더랩에이치 코치, 목수,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 저자
“진정한 실업은, 지금 봉급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부를 가져다 줄 자신의 재능을 자본화하지 못하는 것이다.” – 구본형
2007년 5월. 50대 초반의 구본형 작가를 30대 후반의 나는 어색하게 만났다. 그가 진행하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등록한 뒤 서울 근교 한 펜션으로 떠나는 출발지에서 처음 인사를 나누었다. 10명 조금 안되는 참가자들 모두 초면이었다. 나는 회사에 사표를 낸 상태였는데, ‘스스로를 고용’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기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욕망의 크기만큼 두려움도 컸던 시기였다. 사흘동안 술은커녕 밥도 먹지 않고 레몬즙과 포도알만 먹는 단식을 하며 나 ‘스스로를 고용’하기 위해 혼자 또 함께 치열하게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10년 뒤인 40대 후반에 돌아보고 싶은 ‘10대 풍광’을 만드는 것이었다.
2025년. 구본형 작가를 처음 만난 지 20년 가까이 되어간다. 동시에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이제 나는 처음 만났을 때 그의 나이보다 더 나이가 들었다. 지금도 신기한 것이 있다. 불안과 함께 ‘스스로를 고용’하기 시작한 2007년 30대 후반의 그 때, 10년 뒤인 2017년 40대 후반에 이루고 싶다며 만들었던 ‘10대 풍광’이 시점과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이루고 싶은 10대 풍광의 하나로 “일 년에 두 달은 해외에서 지내며 ‘하프타임’을 갖고 싶다”고 썼다. 쓰면서도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원하는 삶이었기에, 일단 적었다. 지금 나는 가나자와에서 일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일본 교토와 나라, 미국과 캐나다 동부 등에서 일을 하는 동시에 여행도 하는 실험을 해보게 되었다. 지내는 곳과 상관없이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실험(나는 이를 WALA, Work And Live Anywhere로 이름 붙였다)을 하고 있다. “2017년까지 다섯 권의 책을 쓰겠다”고 10대 풍광에 적었는데, 지금까지 그보다 더 많은 책을 쓰고 옮기게 되었다. 목수로서 가구를 만들어 팔겠다고 적었던 장면은 목공기술을 활용 2023년과 2024년 두 번의 개인전을 통해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으로 실현되었다. 이 모든 것이 불안 속에서 ‘스스로를 고용’하면서 벌어진 일들이다.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출간 25주년이 되었다. ‘오래된’ 책이다. 하지만 이 책에 담긴 메시지는 인공지능(AI)의 시대, 숨 쉬며 살아있는 수명은 늘어나는 반면 직장에서 버틸 수 있는 수명은 더욱 짧아지는 시대에 놀랍도록 ‘잘 먹히는’ 내용이다. 25년 전에 펴낸 이 책에서 모빌 오피스와 재택 근무에 대해 소개했는데, 이는 그가 IBM에서 근무하며 앞으로 변화할 업무 방식을 미리 접했던 것과 연관있을 것이다. 기술과 사회가 변화해도 앞으로 수 십년간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는 메시지는 늘 현재의 과제로 인정받을 것이다. 직장에 다니고 있든 그렇지 않든 자신의 재능을 찾아 자본화하는 마인드 셋이 필수인, 스스로를 고용하지 않고는 살아가기 힘든 시대를 이미 우리 모두 경험하고 있다.
1부_책만 읽지 말고 나를 읽어라
“마음에 드는 좋은 노트 한 권을 사라. 종이와 연필만큼 위대한 지적 수단은 없다” – 구본형
이 책을 지금 여기에서 어떻게 읽어야 할까?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는 크게 ‘읽어야 하는’ 부분(서문과 1부)과 ‘살아야 하는’ 부분(2부와 맺는 글)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문: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와 ‘1부. 출사: 그대의 꿈은 아직 살아 있는가?’는 책만 읽어서는 소용이 없다. 책과 함께 (컴퓨터가 아닌) 공책과 펜, 거울을 가져다 놓자. 좋아하는 차나 술 한 잔을 함께 해도 좋다. 책을 읽다가 와닿는 부분에 줄을 그으며 잠시 책읽기를 멈추고 거울을 1분간 쳐다보자. 내 모습과 마주하는 것이다. 구본형 작가가 던진 화두를 놓고 거울 속의 나와 대화를 나누어보자. 이때 떠오르는 나의 모습을 노트에 적어 나가자.
“직장인은 죽었다” 혹은 “미래의 부를 획득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자기 마음 속에 자리 잡은 피고용 직장인이라는 전통적 인식을 파괴하는 것이다”라는 대목에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내 안에 ‘남에게 고용된 것으로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습’은 어떤 것이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내 안에서 ‘죽여야’ 할 모습은 무엇이고, 새롭게 ‘스스로를 고용할’ 수 있는 모습은 무엇인지를 놓고 나 자신과 대화하고 내 생각을 적어보자. 구본형 작가의 프로그램 시작 전 참가자 모두는 자기 삶의 역사를 글로 풀어 제출했다.
유투브와 강연, 책을 통해 좋은 이야기를 접하면서도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유명한 사람의 말을 들었을 뿐 자기 안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그대 스스로를 마주’해야 한다. 구본형은 “과거를 죽이지 않으면 새로운 현실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려면 나의 과거와 제대로 대면해야 하는데, 이때 글로 적어보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매달 2째주와 4째주, 토요일, 삶과 일에서 마주하는 24가지 고민과 질문을 놓고 책장 탐험을 통한 생각을 나누는 새로운 형태의 북클럽 뉴스레터 Ex Libris가 2025년 3월 8일 시작합니다. 더랩에이치의 콘텐츠 레이블인 HER Report에서 발행합니다.